♧ 나의 이야기/눈을 감고 잠시... 66

시련이 힘이다

시련이 힘이다 정성환 바람 세찰수록 새들은 날갯짓 멈출 수 없고 나무들은 더 많이 흔들리며 바다는 풍랑에 부서지고 깨어진다 바람 마주한 새들은 더 높이 날아 대륙을 횡단하고 떨어진 나무 열매는 울창한 숲 이루며 바다 결코 푸른빛 잃지 않는다 맞설 수 있는 것들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살아 있는 것만이 제대로 흔들리는 것이다

영도 다리가 되고 싶었다

영도다리가 되고 싶었다 정성환 엄마는 섬 같은 여자였다 어쩜 여자가 섬 같은 사람일지 모르겠다 어릴 적 함께 간 영도다리에서 엄마는 우두커니 집에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자갈치며 송도며 부산히 떠다니는 작은 배에 치여 바다는 구석구석 멍들어 가고 하루해 끌고 가는 노을은 타들어 가는데 떠밀려 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섬 같았다 사랑하기보다는 덜 미워하기 위해 자신을 바치는 외로운 기도 같기도 했다 그날 나는 튼튼한 영도다리가 되고 싶었다 온몸으로 우는 섬 꽉 잡아주는 힘센 다리가 되고 싶었다

아내는 해녀

아내는 해녀 정성환 깊은 밤 꿈속에서 무엇 캐는지 차오르는 숨 휴우우 꿈밖으로 숨비소리 내뿜는 아내 밤마다 해녀가 된다 아직도 어린잎들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입술 푸르도록 숨 참느라 물 위로 떠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뒤웅박 팔자 띄워놓고 억척스런 자맥질마다 막혔던 숨 한꺼번에 몰아쉬며 늦도록 푸른 바닷길 건너고 있다